단군신화를 보면 쑥이 나온다. 웅녀가 쑥을 먹고 사람이
되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는
짐승이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을 정도로 쑥의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예로부터 이사를 가면
짐을 들여놓기 전에 집의 네 귀퉁이에 말린 쑥을 태워
잡귀를 물리치는 풍습이 있었고, 수명을 연장하고
액을 막는 효력이 있다고 해 삼짇날 쑥떡을 먹었다.
또한 여름밤에는 쑥으로 연기를 피워 모기와 해충을
쫓았다.
이처럼 쑥은 5천년 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뛰어난 약효 때문에 ‘의초’로 불리기도 하는 쑥은
음식으로 먹기도 하고, 뜸, 목욕 등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쓰여왔다. 쑥은 어디든지 돋아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잿더미 속에서 가장 먼저 피어난 식물이 쑥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쑥의 약효는 바로 이러한 생명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피를 맑게 하고 암을 예방
쑥은 비타민 A와 B1, B2, C 등과 철분, 칼슘, 칼륨, 인 등의 미네랄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어서 산성화된 현대인의 체질 개선에 좋다. 또 항암 작용을
하는 엽록소가 많아, 꾸준히 먹으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피부 건조와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성 증상을 예방, 치료하는 등 환절기 식품 중 으뜸으로
꼽힌다.
‘민약요법’에 수록된 약쑥의 작용을 보면 간염, 고혈압, 중풍, 두통, 복통, 땀띠,
습진, 신경통, 타박상, 편도선염, 요통, 치질 등 매우 다양한 질병에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위장과 간장, 신장의 기능을
강화해 복통 치료에 좋다고 적혀 있다. 피를 맑게 하는 효과와 살균, 진통,
소염 등의 작용은 과학으로도 확인된 쑥의 효능이다.
특히 쑥은 냉·대하, 생리통 등 부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수축 작용이 있으며 기혈을 이롭게 하고 자궁을 따뜻하게 하기 때문에
산후 조리에도 좋다. 예로부터 냉·대하증이 있을 때 요강 안에 쑥을 넣어 태우고,
그 위에 앉아 훈기를 쐬면 사흘만에 낫는다는 얘기가 있다. 이 요법은 지금도
한의사들이 부인병을 치료할 때 권하는 방법이다.
또한 지혈 작용이 있어, 코피가 날 때 생 쑥을 비벼서 콧구멍을 막거나 베였을 때
상처에 붙이면 피가 곧 멈춘다. 그 밖에 해열, 해독, 구충 작용을 하며 생즙은
혈압 강화와 소화 촉진, 소염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20여 종의 쑥이 있다. 그 중 약으로 쓰는 것은 황해쑥, 참쑥,
인진쑥 등이며 특히 강화약쑥을 으뜸으로 친다. 약으로 쓰기 위해 말린 쑥을
‘약쑥’이라고 부르는데, 약쑥은 바닷가나 섬 지방에 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쑥 채취하는 시기도 중요한데 단오 무렵에 채취해 그늘에서 비와 이슬을
맞히지 않고 곰팡이가 피지 않게 말려야 한다. 그 중에서도 단오날 낮 12시에
뜯어서 말린 쑥이 약효가 가장 좋다고 한다. 잘 말려서 3년이 지난 쑥은 산삼을
능가하는 약효를 가진다고 한다. 쑥을 보관할 때는 수분이 약간 남아 있게
말려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