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 독서란 ▤/행복비타민

참 아름다운 세상이야(4)

감사^^* 2008. 10. 24. 15:38
참 아름다운 세상이야


중학생인 민수.
시험이 끝나고 모처럼 친구들과 영화를 보기 위해
시내로 나가려는 민수를 붙잡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민수야, 오늘 일기예보를 보니 오존주의보가
발령된다고 하더라.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들어오렴."
민수는 오존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면 호흡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데 어쩌다가 세상이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오염이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하루 종일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
없어 친구와 영화만 보고는 얼른 집으로 가려고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했습니다.
가뜩이나 후덥지근한 날씨라 기분도 쳐져 있는데
버스들이 내뿜는 매연은 숨을 쉬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물건 부수는 소리가 나더니 사람들
다투는 소리와 울음소리가 함께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한 곳으로 모아졌고 웅성웅성하며
소리의 발원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민수도 따라 갔습니다.
그곳에서는 구청에서 나온 세 명의 단속반원들이
샌드위치와 우유, 도넛 들을 파는 허름한 포장마차를
뒤엎고 있었습니다.
우유 팩들이 나뒹굴고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준비되어있던 계람들이 깨지고, 만든 도넛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가 단속반의 손을 이리저리
막으며 울면서 사정을 하는데도 단속반원들은 꿈쩍도
않고 계속 포장마차를 부수었습니다.
민수는 그때 모든 것이 정지해 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매연으로 찌든 거리, 후텁지근한 날씨,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우유, 도넛, 깨어진 계란들, 그리고 음식이며
집기들을 구청 트럭에 싣는 사람들 …. 이런 것들이
오존주의보보다 훨씬 더 위험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한 아부머니가 외쳤습니다.
"이제 그만해도 되잖아요. 이 아주머니도 열심히 먹고
살겠다고 그러시는 건데 너무 하잖아요."
갑작스런 아주머니의 말에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단속반원들도 멈칫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한 아저씨가 앞으로
걸어가더니 우유 세 봉지를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주인 아주머니의 앞치마에 지폐 몇 장을 밀어 넣고
돌아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할말 잃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잠시 후 갓난아기를 업은 주부가 땅에 떨어진 도넛과
우유 두 팩을 샀습니다.
그 다음에는 할아버지가 앞으로 걸어가시더니 삶은
계란을 사고는 주인 아주머니의 손을 꼭 잡고
힘내라며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그 이후부터 사람들은 줄을 지어서 사기 시작했습니다.
민수 또한 우유 하나를 샀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오는 버스에 올라탄 민수는 가슴속에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민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도 집에 빨리
도착해 벅찬 이 기분을 어머니에게 전해 주고파
조급증이 났습니다.
그래서 계속 이 말을 되뇌었습니다.
"엄마, 아직 세상은 돌아다닐 만해요.
세상에는 아직까지 오존주의보보다 더 센 무엇이
존재하고 있거든요."


가끔씩 나는 `참 아름다운 세상이야.' 라는 감탄사를
내뱉는 연습을 하곤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세상을 다시 돌아보면 우리 주위에는
참 아름답고 정다운 사연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때론 세상 사람들 모두가 가슴을 꼭꼭 닫고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은 모두
`남' 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볼 때도 있습니다.
그럼 세상은 삭막하고 건조하게 느껴지지요.
하지만 세상은 예쁘고 고운 사연들이 아직 많이 존재합니다.
우리 눈과 귀가 많이 오염된 탓에 그 아름다운 모습을
미쳐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일 뿐….
때때로 나는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하곤 합니다.
버스 안에서 피곤하다는 핑계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가오는데도 머뭇거리는 나 자신에게, 또는 TV에서
우리 이웃들의 힘겨운 사염을 듣고도 700으로 시작되는
전화번호 누르는 일에 인색한 나 자신에게 말입니다.
이제 그런 어리석은 내가 되지 않으려고 합니다.
가슴을 더 활짝 열고, 더 많이 나누어 주는 손이 되고,
따스한 눈물을 더 자주 흘릴 수 있는 눈을 지니고 싶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아직도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가슴
깊이 느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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