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 독서란 ▤/야베스의 기도

구름에 닿은 계단 (16)

감사^^* 2009. 3. 26. 10:52
구름에 닿은 계단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 달린과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남부 캘리포니아의 한 도시에 있는
커다란 공원에 갔었다.
그 공원은 어른들에게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곳이었다.
거기에는 그네, 철골 놀이기구, 시소 등이 있었고
무엇보다 타보고 싶은 미끄럼틀도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작은 것, 중간 크기 그리고
아주 큰 것 이렇게 세 개나 있었다.
그 당시 5살이었던 데이빗은 작은 미끄럼틀이 있는
곳으로 총알처럼 달려나갔다.
"같이 타보지 그래요?" 달린이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달랐다.
그래서 "좀 기다리면서 봅시다" 라고 말하고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미끄럼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이빗은 가장 작은 미끄럼틀 위로 신나게
기어올라갔다.
우리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미끄럼을 탔다.
그리고 곧장 중간 크기의 미끄럼틀로 옮겨갔다.
그리고 계단을 반쯤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데이빗은 잠시 자신의 졀정을 생각해보더니
조심스럽게 한 계단씩을 내려왔다.
아내는 "여보, 당신이 가서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요" 라고 말했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아내에게 알려주는 뜻에서 다시금
"아니, 아직 좀더 두고 봅시다" 라고 말했다.
데이빗은 중간 크기의 미끄럼틀 아래에 서서 잠시
동안 다른 아이들이 미끄럼 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시도해보려고 미끄럼틀 주위를
뛰어다녔다.
결국 그의 작은 마음은 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기어올라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우리를 처다보지도 않고 세 번을 그렇게 탔다.
잠시 후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던 우리의 눈길은
가장 큰 미끄럼틀 쪽으로 옮겨갔다.
달린은 이제 좀 걱정이 되는 듯 "여보, 혼자
하도록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요. 안 그래요?" 라고
말했다.
나는 가능한 한 조용히 "응, 그치만 혼자 하려고
할 것 같은데 좀 더 두고 봅시다" 라고 대답했다.
그 커다란 미끄럼틀 아래에 도착한 데이빗은
돌아서서 큰 소리로 "아빠!" 하고 불렀다.
나는 못 들은 척하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계단을 유심히 올려다보았다.
그 어린 마음에 그 계단이 분명히 구름에 닿아 있는
것 같았을 것이다.
그는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십대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모든 역경을 디고 시도해보기로
결정하고는 계단을 약 삼분의 일쯤 오르다가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뒤를 따라 오르던 아이는 계속 올라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데이빗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하는
특별한 실패의 순간을 겪고 있었다.
나는 달려가서 미끄럼틀 밑에 서서 "괜찮으니?"
라고 물었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떨고 있었지만 동시에 강철
같은 결심을 하고서 계단에 매달려 있었다.
나는 그가 이미 나에게 같이 타자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빠, 저랑 같이 미끄럼 타실 거예요?" 라고 물었다.
뒤에서 소리치던 아이는 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성화를 했지만 나는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왜?" 라고 물으며 데이빗의 작은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혼자서는 못하겠어요. 아빠, 저한테는 이 미끄럼틀이
너무 높아요" 라고 떨면서 말했다.
나는 펄쩍 뛰어올라가 데이빗을 팔로 안았다.
그리고 우리는 구름에 닿은 그 긴 계단을 같이
올라갔다.
꼭대기에서 나는 두 다리 사이에 아들을 앉히고
두 팔로 감싼 뒤 함께 미끄럼을 탔다.
미끄러지는 내내 우리는 신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