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 독서란 ▤/유대인의 밥상 머리교육

가족 총출동의 날(32)

감사^^* 2009. 3. 27. 12:35
가족 총출동의 날


우리나라의 대형 할인점들 중에는 어린이를 데리고
장 보러 온 어머니들은 돕는 차원에서 아이들의 놀이
시설이나 보호 시설을 마련한 곳들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장을 볼 때 아이들은 플라스틱 공들을
부어놓은 플라스틱 수영장에서 공에 파묻혀 놀거나
미끄럼틀을 타고 놉니다.
사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극성스럽게 장난치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으면 눈살이 찌프러지게
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아이들이 가게의 물건을 만지다가 훼손시킬 수도 있고
장을 보는 부모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은 쇼핑을 하러 가면 아이만 놀이
시설에 맡기는 게 아닙니다.
아내와 함께 쇼핑 나온 남자들을 위한 휴게실에 있는
백화점도 있어서 마치 어린아이를 몰이방에 맡기듯이
남편을 휴게실에 맡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좀 다릅니다.
아버지와 아이들이 함께 장을 봐줍니다.
대체로 안식일을 준비하는 장 보기에는 어머니가
나오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아이들이 장을 보는 동안 어머니는 집안
청소도 하고 장을 보러 갔던 가족들이 돌아오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그들의 관행입니다.
그래서 목요일에 시장에 나가면 온통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니는 남자들로 북적입니다.
수시로 장을 보러 다니는 것은 시간이 낭비될뿐더러
규모 없이 장을 볼 수도 있어서 매주 장 보는 날
하루를 정해놓고 아버지를 비롯해 모든 가족이 나와서
일주일 치 장을 봅니다.
나는 이스라엘 가족들이 서로 협동해서 살림을 아주
규모 있게 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이스라엘 시장은 목요일이 대목으로 물건이 가장 잘
팔리는 날입니다.
왜냐하면 다음날인 금요일 오전이면 안식일이
임박해서 상인들이 서둘러 가게 문을 닫기 때문입니다.
가게 문을 열어도 금요일 오전에는 손님들이 안식일
밥상에 차릴 음식을 요리해야 하므로 가게에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목요일 저녁이 되면 시장은 세일에 들어갑니다.
세일하는 야채들과 생필품을 사려고 많은 가족들이 온
식구를 대동하여 이 시간에 맞추어 장을 보러 나옵니다.
왜 열 명씩 되기도 하는 온 식구들이 모두 나와야
하는지는 장 구경을 하다보면 알게 됩니다.
시장에서 자동차가 주차된 곳까지 자녀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줄을 섭니다.
맨 앞에는 아버지가 서고 그 다음에는 나이순으로 줄을
섭니다.
아버지가 물건을 사서 맏이에게 주면 릴레이식으로
물건을 나릅니다.
그렇게 많은 물건들을 열 명 정도의 식구들이
일사불란하게 나르는데, 가족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아이가 서 있는 곳이 그 릴레이의 종점입니다.
자동차 곁에 앉아서형제들에 의해 운반되는 짐 보따리를
지키고 있는 일이 그 집의 막내가 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온 식구들이 세일하는 날에 장에 나와서 일주일
동안 먹을 음식 재료를 사서 그 짐을 모두 승용차에
싣습니다.
그러고도 그 차에 그 많은 식구들이 어떻게 다 탈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기만 합니다.
짐짝처럼 실려서 차를 타고 가면서도 활짝 열린
창밖으로 내민 얼굴들은 얼마나 밝고 유쾌해 보이는지요.
자동차가 없는 집은 장 보따리를 손수 옮길 수 밖에
없습니다.
예루살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겨우 서너 살이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장 보따리를 들고 부모를
따라 버스에 간신히 오르내리는 안쓰러운 모습입니다.
조그만 아이가 장에 따라가는 것은 부모님의 짐을
하나라도 덜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은 또한 아이들에게 "네 코는 네가 풀어라" 라고
가르치는 유대인 어머니들의 교육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서점에 갔더니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 책을 팔고 있었습니다.
점원인줄 알았는데 아버지를 도우러 나온 것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어디서나 자녀가 부모님의 일을 돕고
식구가 힘을 합쳐 살아갑니다.
우리는 그동안 아이들을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하게
하기 위해 학교(서당) 근처로 이사를 다니며 공부를
시켰다는 맹자 어머니의 교육열을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은 공부밖에 모르는 교육보다
시장 근처로 이사를 다니며 무역의 전선에 아이를
앞장 세워 장사꾼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장
보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초로 백화점이라는 상법을 고안한 사람은 유대인입니다.
우편 주문 방식의 홈 쇼핑이라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창안해 성공한 시어스와 로벅도 유대인입니다.
세계 최초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던킨도너츠의 창업자 로젠버그도 유대인입니다.
우리가 입는 의류와 디자인, 헤어스타일에서 샴퓨에
이르기까지도 유대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샴퓨와 헤어 패션 업계에서 독보적인 비달사순도
유대인이며, 미국 최초의 청바지 브랜드인 리바이스
(Levi's)는 유대인 레위 스트라우스가 만들었고,
캘빈클라인, 게스, 조다쉬,DKNY 등이 모두 유대인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폴로의 창업자 랄프 로렌은 페인트공인 아버지를
쫓아다니며 일을 돕다가 색채 감각에 눈을 떠 미국의
패션계를 주름잡는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 손에 이끌려 장 보러 쫓아다니며
시장을 구경하고, 장사하는 부모를 돕다가 일찍이 이재
(理財)에 눈이 뜨이고 장사하는 감각이 탁월해졌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은 부모 따라 장 보러 나온 아이들을 돌봐주는
놀이시설이 있는 가게가 없습니다.
주부들이 아이들의 놀이방 운영비가 고스란히 장바구니
가격에 포함되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알뜰한 유대 어머니들이 물건 가격이 오르는 것을
부채질하는 비졍제적인 방법을 용납할 리가 없지요.
그 대신 그들은 아이들에게 장터 매너를 가르쳐서
함께 장을 봅니다.
시장은 아이들이 경제 원리를 몸소 체험하고 깨달아갈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장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가서
경제생활에서 꼭 필요한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