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번째 할 일 / 작은 사랑의 추억 만들기
그녀가 남편에게 반해 결혼을 한 것은 확실했다.
무엇보다 남편은 미남이었다.
게다가 명문대 출신에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남편과 연애를 하다가 결혼했을 때
친구들은 모두 부러워했다.
그녀는 "내가 변변치 않은 총각 하나 구제해줬지,
뭐" 하고 뽐냈다.
하지만 그녀는 속으로 기뻤다.
주변에 자기보다 멋진 남자를 만난 친구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승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이어지면서 그녀의 생각은
바뀌었다.
남편은 바보 같았다,.
동창들을 만날 때마다 그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다른 남편들은 날마다 일찍 들어와서
아이들하고 재미있게 놀아준다는데.'
`남들은 주말이면 이곳저곳 놀러 다닌다는데,
집에서 잠만 자고 있으니.'
`다른 남자들은 아내가 힘들까봐 파출부도
불러준다는데…. 나는 이게 뭐람.'
`돈도 많이 벌어서 갖고 싶은 것 다 사준다는데,
이 사람은 대체 지금까지 뭘 한 거야. 돈도 못 벌고.'
`그 집 아이 비싼 옷 입은 것 좀 봐. 우리 집 한
달 생활비야.'
`그러고 보니 그 사람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게 도대체 언제야?'
그녀는 친구들을 만나고 온 날은 반드시 티를 냈다.
다른 남편들을 조금이라도 닮아보라고 남편을
닦달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가 몰아 세울 때마다 빙그레
웃기만 했다.
잡지책에 코를 박고는 듣는 듯 마는 듯
딴청을 부렸다.
연애를 할 때는 남편의 그런 무뚝뚝한 모습을
좋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답답하고 한심해 보였다.
남편은 무능력자의 상징이었다.
그런 남편이 화를 낸 것은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다.
그녀는 "왜 선물을 주지 않느냐" 고 남편을 비난했다.
선물 타령이 남편의 무능력과 무성의에 대한
한탄으로 이어졌다.
한참 듣고만 있던 남편이 말문을 열었다.
"당신, 왜 나랑 결혼했지? 돈 많고 능력 있고, 시간
많고, 똑똑하고, 건강하고, 시부모도 없는 그런
남자를 만나지 그랬어. 당신이 선택해놓고 왜
이제 와서 그러는 거야?"
남편의 첫 반격에 그녀는 기가 막혔다.
할 말을 찾지 못하다가 꺼이꺼이 통곡을 했다.
남편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남편은 그녀를달랠 생각은 하지 않고
한마디 덧붙였다.
"제발 부탁이니까 철 좀 들어. 세상에 그런 완벽한
남편이 어디 있어? 그리고 그런 완벽한 사람이
있다 한들, 당신을 선택이나 했겠어?"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결심했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 같은 사람, 만나지도 않을 거야.'
그해 가을, 그녀는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암일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높았지만 그녀는 하루하루가
암담하기만 했다.
남편은 날마다 병원에 찾아왔지만 그녀를 잘
돌봐주지 않았다.
남편과 그녀는 여전히 냉전 상태였다.
남편은 의사나 간호사, 문병 온 그녀 친구들을
붙잡고 끊임없이 무슨 이야기를 했다.
10년을 함께 살았지만 말이 그렇게 많은 사람인지
미처 몰랐다.
약이 올랐다.남편에 대한 원망이 더욱 깊어졌다.
`나는 올해를 넘길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판인데,
저 사람은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나 죽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새 장가라도 갈 태세네!'
그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며칠 후, 의사가 병실로 와서 말했다.
오진이었다고, 정밀 진찰을 해보니 암은 아니라고.
옆에 서 있던 남편이 갑자기 무너졌다.
무릎을 끓는 그는 의사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고는 "감사합니다"
를 연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생각했다.
`만약 다음 세상이 있다면, 꼭 남편하고 다시
결혼해야지.'
그녀는 그해, 잊을 수 없는 결혼 10주년 선물을
받았다.
그녀는 평생 그것을 잊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선물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남편의 마음,
그것이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은가요.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위해 뭔가를
계속 해주기를 바라는지요.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은 무엇을
바랄 것 같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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