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할 일 / 정성이 담긴 선물하기
그는 아버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아버지는 항상 말이 없는 근엄한 분이었다.
물론 어버아날마다 아버지께 선물을 드렸다.
재작년에는 셔츠를, 작년에는 면도기를
선물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선물을 받고 나서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한 번 없었다.
`내가 드린 선물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
이렇게 결론을 내린 그는 이번 어버이날에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버이날이 며칠 남지 않은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다가와 선물을
건네주었다.
우스꽝스러운 그림의 카드였다.
글씨를 배운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삐뚤삐뚤
지렁이를 그리듯 글을 썼다.
"아빠 힘네세요. 사랑해요."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그 카드를 받아들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것을 바라볼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가슴 한구석에서 무언가 찌릿찌릿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얘야, 정말 고맙다. 네 카드를 정성껏
보관하마. 평생 간직할께. 약속한다."
아들을 꼭 껴안고 볼에 뽀뽀를 해주었을 때
그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는 비로소 무언가를 깨달은 듯, 아버지
방으로 급히 뛰어 들어갔다.
`아버지 방에 들어와본 적이 언제였더라.'
아버지 옷장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맨 아래 가장 큰 서랍에서 그는 `그것들; 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그가 해마다 아버지께 드렸던
선물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셔츠와 면도기는 물론, 남성용 화장품까지
마치 바로 조금 전에 선물받은 물건들 같았다.
아버지는 그것들이 아까워 감히 포장을
뜯지도 못했던 것이다.
선물을 모두 꺼내고 나자 맨 아래 누런 서류
봉투가 보였다.
봉투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낡아 있었다.
겉봉에는 눈에 익은 아버지의 필체로 그의
이름이 씌어 있었다.
그 밑에 멀리 시집간 여동생의 이름이 적힌
또 다른 봉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씌어 있는 봉투를 열어
그 내용물들을 바닥에 쏟아보았다.
봉투 안에는 그의 지난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가 처음으로 백점을 받았던 시험지,
성적표, 처음 받은 상장 같은 것들이 나왔다.
마침내 `그것' 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주워드는 그의 손길이 가볍게 떨렸다.
도화지를 잘라 만든 카드였다.
31년 전, 그가 막 글을 익힐 무렵 아버지에게
선물로 드린 것이었다.
카드에는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양으로
이렇게 씌어 있었다.
"아빠, 건강하세요."
어버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날 저녁, 그는
부모 몰래 집을 나서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울기 시작했다.
선물의 진정한 의미는 이렇습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상대방에게 선사하고, 그 다음에는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받는 사람은 선물의 가치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깨끗히 잊으세요.
하지만 어느 날, 선물 속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보는 날이 올 것입니다.
되새긴 감동은 추억과 결합할 때 더욱더
가슴 뭉클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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