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컵보다 더 소중한 것
이스라엘에서 안식일에 회당 앞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을 본적이
있습니다.
아마 부모들은 예배를 드리러 모두 회당 안으로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무슨 일로 마음이 상했는지 울고 있는데 다른
아이가 달려오더니 친구를 달래줍니다.
"오늘은 우는 거 아니야. 울지마."
유대인들은 안식일에는 평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화를
깨뜨리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도록 어려서부터 단단히 가르칩니다.
그날에는 속상한 일이 있어도 울거나 찡그리거나 떼를 스면 안됩니다.
또한 그들은 안식일에 평화를 깨는 불화나 다툼, 아이들을
야단치는 큰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밥상에서 어린아이가 국을 엎지르고 음식을 쏟더라도
절대로 야단을 치지 않습니다.
평안이 없는 안식일은 텅 비었고 채워지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나의 유대인 친구인 아브로홈 호로비츠는 결혼한 큰딸에서부터
여섯 살 막내아들까지 다섯 명의 자녀를 둔 군종랍비(군목과
비슷한 역할)입니다.
한국 미8군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계 유대인 군인 약 30여 명을
위해 복무하다가 지난 6월에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군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매 안식일마다 군인들의 밥상을
차려내고 평화의 잔을 나누며 군인들에게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하신다고 격려하는 일을 했습니다.
한번은 그의 가족 만찬에 초대 받아 그의 집에 갔습니다.
가족들이 모두들 양복을 차려 입고 밥상에 와서 앉았습니다.
그런데 그만 막내아들이 컵에 담긴 음료수를 엎지르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무안했을까요?
하얀 와이셔츠에 금세 얼룩이 졌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울먹이거나 당황하기는커녕 자신의 실수를
사람들에게 사과하며 여유롭게 웃는데, 나는 아이의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깜짝놀랐습니다.
어른이라고 해도 무안했을 상황인데 어디서 저런 여유가 나오는
것일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아이가 사과를 하자 누나와 형이 얼른 달려와서 식탁을 정리하고
동생을 데리고 가서 더러워진 옷을 벗기고 새 옷을 갈아입혔습니다.
만약 형과 누나가 화를 내며 동생을 나무라고, 동생의 실수를
어머니에게 일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머니도 기분이 상하게 되고 어린 동생은 주위의 부정적인
반응에 그만 눈물을 터뜨렸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깨진 컵 때문에 평화마저 깨뜨린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요?
컵보다 더 소중한 가족간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여유롭게 실수를 넘겨주는 모습에서 나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식탁 위에는 예쁜 그릇과 맛있는
음식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위험하게 올려져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식탁에서 물을 쏟기도 하고 포크를 떨어뜨릴 수도
있으며 음식을 옷에 흘릴 수도 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복잡한 교회
식당 안에서는 아이들이 실수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습니다.
아이가 실수했을 때 교인들의 눈을 의식해 대중 앞이나 특히
아이의 친구가 보는 데서 아이를 때리거나 윽박지르고 "집에서
보자" 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주눅들게 할뿐더러 교회는 야단맞는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고의적인 반항이나 너무 심한 부주의가 아니라면 아이의 실수를
보듬어주세요.
그리고 아이에게 사과하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미안해요" 라는 말은 평화를 깨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말입니다.
아이가 먹을 것을 흘려서 얼룩져버린 새 옷, 아이가 깨뜨려버린
예쁜 그릇, 집에 초대된 손님이나 교회 교인들의 시선.... 그런
것들보다 더 소중한 것이 가족간의 평화이고 아이 마음의 평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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