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50대의 어머니 한 분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20대 청년이 된 아들과 어쩌다가 단 둘이 오붓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릴 때 동생과 소파에서 뛰어놀고 있을 때였어요.
엄마는 주방에서 냉장고 문을 열고 김치 통을 꺼내고 계셨어요.
그런데 엄마가 김치 통을 떨어뜨려서 `퍽' 소리가 나며 통이
깨져버렸어요.
그때 엄마는 우리들을 힐긋 보시더니 갑자기 `야! 너희들
때문에 엄마가 김치통을 깨뜨렸잖아!' 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셨어요.
그러면서 나가 놀라고 호통을 치며 우리를 밖으로 쫓아내셨어요.
나는 그때 엄마가 깨뜨리고서는 왜 우리 때문에 김치 통을
깨뜨렸다고 화를 내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억울했고, 엄마가
`참 이상항 여자' 라고 생각했어요.
그 어머니는 아들이 왜 김치 반찬을 좋아하지 않는지를
그 일이 있고 난 15년 후에야 아들의 말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는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가지 더 알고 있습니다.
죠셉 텔러스킨이라는 랍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사람이 가진 `분노' 에 대하여 연구하고
강의하던 중,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혹시 당신의 부모가 당신에게 잘못했을 때 절대 사과하지
않는 집에서 자란 분들이 있습니까?
그때 성인의 30,40퍼센트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부모가 엉뚱한 일로 그들에게 화를 낸 후에 잘못을
알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반대로 그들이 잘못했을 때는 잘못했다고
말하라고 부모가 강요했기 때문에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 후 텔러스킨은 다른 집회에서 청중들에게 그와 비슷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 여러분 가운데 가족 누군가가 엉뚱하게 화를 내서 나쁜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십니까?
그때 그는 어른들 속에서 자그마한 두 손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그날 그를 따라 강의에 들어왔던 그의 두 딸이 손을
든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여섯 살 된 큰딸이 손을 들자 네 살 된 작은딸이
언니가 손드는 것을 보고 덩달아 딸아 들었습니다.
강사의 두 딸이 그런 질문에 손을 들었으니 청중 앞에 선
강사가 얼마나 땀이 났을지는 충분히 상상이 가는 일입니다.
강의를 마친 후에 텔러스킨은 큰딸에게 아까 왜 손을
들었는지를 물었습니다.
딸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아빠가 동생에게 책 읽는 것을 가르칠 때, 동생이 잘하지
못하면 날카롭게 말했잖아요."
생각해보니 그는 작은딸을 가르치 때 아이가 잘 따라오지
못하면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의 감정을 못느낄 줄 알았는데 큰딸이
너무나 정확히 그의 태도를 읽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깜짝 놀라서 딸들에게 당장 사과를 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한 것은 내 잘못이야. 정말 미안해.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게. 나는 너희가 나를
용서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나중에 만약 내가 또 참지 못한다면, 너희는 나에게 `아빠,
화내시면 안 돼요' 라고 말해줘야 한다."
텔레스킨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함으로써 부모가 화를 내는
상황에서 아이가 부모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준 것입니다.
텔레스킨이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잘못한 것은 어쩌면
우리 부모들이 아이에게 하고 있는 잘못에 비하면 정말 작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느낄 정도로 아이에게 잘못을 하고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녀에게 사과하지 않는 부모는 아이에게 매우
무서운 메시지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너를 낳고 뒷바라지를 해주기 때문에, 나는 내가
원하는대로 너에게 대할 수 있어."
"나는 비록 내가 잘못했더라도 `미안해' 라고 말하지 않아도 돼."
"너도 너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네가 잘못했더라도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어."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당신의 자녀에게 부당하게 대한 것이
생각나시나요?
즉시 잘못한 것을 시인하고 아이에게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잘못한 것을 말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서, 잘못했을 때는 어떻게 사과하는
것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용서를 구하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지 마세요.
그렇게 하면 사과는 하나의 알반적인 문장으로 전락합니다.
나중에 무슨 일을 잘못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내가 너에게 상처 준 모든 것이 다 미안해" 라고 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바로 사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어젯밤 네 친구들 앞에서 내가 소리지른 것 미안해."
"미안해" 라는 이 한마디에 사람의 기분이 바뀝니다.
앞으로 30년 후, "미안해" 라고 말할 줄 아는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이 그들 자신과 부모에 대하여 더 후한 점수를 주지
않겟어요?
이런 사과를 하기에 좋은 장소가 밥상머리입니다.
밥상은 가족이 화해하고 평안을 되찾는 공간입니다.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밥상머리에서 포도주 의식을 하면서
가족이 화해하고 서로를 용서합니다.
우리도 밥상머리에서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잘못을
사과했으면 좋겠습니다.
엉뚱하게 자녀를 상대로 화풀이하지 마시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자녀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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