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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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마흔세 번째 할 일 / 먼곳의 친구 사귀어보기

감사^^* 2018. 4. 24. 15:14

마흔세 번째 할 일 / 먼곳의 친구 사귀어보기


대수롭지 않은 일이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의 `특별한 경험' 은 15년 전에 시작되었다.
그가 대학 신입생일 때였다.
당시는 펜팔이 유행이었다.
먼저 펜팔을 시작한 그의 친구들이 이따금씩 두툼한
국제우편을 받을 때마다 그는 몹시 부러웠다.
마침 어떤 잡지에서 펜팔 친구를 찾는 세계 각국 젊은
이들의 이름과 주소를 발견했다.
그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사는 앨리스를 펜팔 상대로 정했다.
꽤 비싼 편지지도 샀다.
한 여학생이 "여자들은 색에 민감해" 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앨리스는 자기 소개에서 "분홍색을 좋아한다" 고 했다.
그래서 분홍색 편지지에 글을 써서 보내기로 했다.
"Dear Alice, my new friend…."
그의 마음은 생전 처음 시험을 보는 초등학생처럼 두근거렸다.
별로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쓰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사전을 찾아가며 어렵게 편지를 썼고, 부칠 때는 뭔지
모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로스엔젤레스에서 답장이 날아왔다.
앨리스는 "내 주소가 어떻게 동양의 잡지 펜팔란에
나왔는지 모르겠다" 며 의아했다.
그러나 "펜팔을 구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받는 것도 행운이니 이제부터 당신을 친구로
생각하겠다" 고 했다.
기쁨에 겨운 그는 편지를 거의 외울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외국에서 날아온 편지는 그를 한껏 들뜨게 했다.
공을 들여 그녀에게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묘령의 미국 소녀가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조심했다.
단어 하나, 글자 하나까지 골라 쓰자니 공연히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게 두 사람의 편지 교환이 시작되었다.
앨리스는 단정하고 조심스러운 표현으로 답장을 보내왔고,
자신의 생활을 시시콜콜 드러내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씩 작은 인형을 선물로 보내 그를 기쁘게 했다.
그는 앨리스 인형처럼 예쁜 소녀일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와 앨리스의 펜팔 교제는 성공적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농담삼아 `국제 결혼' 을 미리
축하해주기도 했다.
친구들이 법석을 떨자 그는 슬그머니 이런 생각을 했다.
`앨리스는 몇 살일까? 여자에게 나이를 묻는 것은
실례일 테고, 사진을 한 장 보내달라고 하는 건 괜찮겠지.'
그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자 그녀는 이런 말로 대신했다.
"지금은 보내줄 만한 사진이 없으니 나중에 꼭
보내줄게.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보통 미국 여자애들보다
훨씬 못생겼어. 내 사진을 보고 네가 너무 실망하지
않아야 할 텐데…."
그는 믿지 않았다.
`괜히 은근슬쩍 빼려는 거겠지? 정말 여자들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그와 앨리스의 편지 교환은 점차
시들해져 끊어질듯 말듯 근근이 이어졌다.
그녀는 몸이 약했는지 곧잘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으며, 그는 진심으로 회복을 비는 답장을
정승스레 써 보냈다.
어느덧 대학을 졸업한 그는 직장을 갖고,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어느 날, 짐을 정리하다가 앨리스의 편지뭉치를 발견한
그는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그와 아내는 앨리스를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소포 꾸러미가 도착했다.
겉에는 모르는 여자의 글씨가 씌어 있었는데, 주소지가
앨리스의 집과 비슷했다.
도대체 누가 보낸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소포 속에는 몇 권의 잡지와 짧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저는 앨리스의 이모입니다.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앨리스는 13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앨리스의 어머니가 나흘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당신과 펜팔을 시작했을 때, 앨리스는 다섯 살 소녀였어요.
그녀는 죽을 때까지 글을 쓸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편지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동안 앨리스를 대신해 그녀의 어머니 낸시가 당신에게
편지를 보냈던 겁니다.
낸시는 당신과의 편지 왕래를 통해 사랑하는 딸
앨리스를 기억하고자 했습니다.
낸시가 당신에게 보내려던 것들을 함께 보냅니다."
편지를 쓴 사람은 끝으로 "앨리스의 사진을 함께 보내니
잘 간직하기를 바래요" 라고 당부했다.
사진 속에는 모자를 깊이 눌러 쓴 어린 소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랜 약물 치료와 투병 생활로 머리카락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을 만큼 아름다운
미소였다.

                                                         -웨이쳐니얼


우리와 다른, 먼 곳의 친구는
우리를 새로운 경험으로 이끌어줍니다.
당신의 마음을 열어주고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줍니다.
그런 친구를 사귀어 보세요.
쑥스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