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한 번째 할 일 / 약속 지키기
그녀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한 남자아이가 돈을 빌려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돈은 그녀의 석 달치 용돈과 맞먹는 꽤 큰 액수였다.
그녀는 한참을 망설였다.
그 남자아이의 집은 아주 가난했으며, 온 동네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애 엄마가 사람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둘 중 하나였다.
산만큼 솟은 배로 뛰뚱거리며 걷거나, 갓 태어난
아기를 포대기로 업고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 해마다
그 애에게 남동생이나 여동생을 낳아주던 그 애 엄마는
마치 임산부를 직업으로 삼은 것 같았다.
어른들은 가난한 집에서 하루하루 아이들의 끼니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걱정스럽다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곤 하였다.
그녀가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자, 남자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급히 쓸 데가 있어서 그래. 닷새 안에는 꼭 갚을께."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던 그녀는 할 수 없이 돈을 빌려줬다.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드디어 약속한 닷새째가 되었다.
그러나 남자아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 종일 그를 원망했다.
`믿었는데. 그렇게 망설이다가 돈을 빌려주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다니...' 너무나 속이 상한 나머지 나중에는
아무 데나 주저앉아 펑펑 울고만 싶었다.
밤이 되었다.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창밖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열자 남자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급히 뛰어왔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남자아이가 말했다.
"내가 마술을 보여줄께."
그는 꼭 쥐고 있던 주먹을 창턱에 올려 놓은다음 재빨리
뒤집어 손을 폈다.
손바닥 위에 꼬깃꼬깃한 지폐들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놀라서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지폐가 마치 종이꽃 같았다.
돈을 돌려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자아이가 찾아온 것만으로도 섭섭했던 마음은 이미 풀렸다.
남자아이가 쾌활하게 웃었다.
"다리에서부터 뛰어왔어."
나중에 그 남자아이는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녀는 그 애가 쓴 글을 읽으며 자기가 빌려준 돈의
쓰임새를 알게 되었다.
남자아이는 저혈당을 앓고 있는 어머니께 포도당을
사드리려고 급히 돈을 빌렸던 것이다.
그리고 약속한 날짜 안에 돈을 갚으려고 날품팔이를 했다.
닷새 동안 밤마다 기차역 근처 다리 아래에서 채소
장수를 도와 채소를 운반했다.
닷새째 되는 날, 남자아이는 마침내 갚을 돈을 다 모았다.
그러나 너무 피곤해 쓰러질 것 같아서 집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인다고 한 것이 그만 저녁 무렵까지
자버린 것이다.
잠에서 깬 남자아이는 화들짝 놀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남자아이가 왜 그렇게 급하게 밤길을
뛰어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것이 그녀와 그 남자아이의 추억이었다.
그녀는 `신용' 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남자아이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어릴 적 돈을 갚기 위해
줄달음질쳤던 남자아이는 아주 큰 기업의 회장이 되었다.
그녀는 옛 추억을 떠올려 그의 자서전 필집을 도왔다.
그녀는 그때의 일이 성공을 향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
이라고 회고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감정을 저축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약속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중요한 못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저축한 감정이 대량 지출로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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