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은 충동 지연의 학습장
지난봄에 한국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이 모여서 유월절(이스라엘
민족이 모여서 하나님의 은혜로 애굽에서 구출된 것을 기념하는
날) 만찬 예배를 드렸습니다.
나는 내가 일하고 있는 이스라엘교육연구원의 몇 사람과 함께
초대를 받아 그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그날 밥상머리 예배는 무척이나 길었습니다.
무려 네 시간 동안 누룩 없는 빵 등의 유월절 음식을 먹다가,
기도하다가, 찬송 부르다가, 성경 읽다가 나중에는 즉석에서
연극까지 공연했습니다.
나와 함께 간 한 자매가 "예수님이 오지 않으셨으면 우리 큰일
날 뻔 했어요.
만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대교를 따라 이렇게 긴 시간
예배드려야 한다면 하나님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라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데, 그날 예식을 집전하는 랍비의 다섯
살짜리 막내아들은 밥상에서 네 시간이나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유대인들이 밥상을 차려놓고 드리는 긴 예배 의식은
아들이 자제심과 인내심을 훈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유대인들은 먹는 것을 절제하는 훈련을 많이 합니다.
욤키풀(대속죄일), 부림절(유대인이 하만의 간계에서 구원된
것을 기념하는 날, 에 9:26 참조)에는 한 끼라도 금식을 해야
하고, 유월절에는 누룩 없는 빵을 일주일씩이나 먹어야 합니다.
밥상에서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반드시 기도를 드린 후 밥을
먹어야 합니다.
내가 이스라엘에 있을 때 한번은 유치원 어린이들이 내 입
안에서 바삭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것이 초콜릿이냐고 물으며
나눠 먹자고 했습니다.
사실 그것은 초콜릿이 아니라 말린 미역과 다시마였습니다.
이스라엘은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바삭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아이들의 호기심과 입맛을 자극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것이 초콜릿인 줄 알고 잔뜩 기대하며 내 앞에
서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건 `코셔' 가 아닌데 먹을래?"
`코셔' 는 `적합한' 이라는 뜻의 히브리 단어로 레위기 11장에
근거하여 유대인들이 먹기에 적합하다고 정해진 음식들을
뜻합니다.
코셔가 아니라는 내 말 한마디에 어린이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달아났습니다.
쫓아가서 어무리 권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역이나 다시마, 김은 바닷물 속에서 자라는
풀이기 때문에 코셔에 속했습니다.
내가 어떤 음식이 코셔인지 전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실수였습니다.
아이들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코셔가 아니라는 말만 듣고 아예 먹을 생각을 버리고 도망간
것입니다.
나의 무지로 음식을 나눠주지 못해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보다 어린이들이 정해진 종교적인 규칙에
따라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마저 스스로 통솔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습니다.
물론 유대인 어린이들도 우리나라 어린이들처럼 보통 때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며 "엄마, 피자", "엄마, 닭 요리", "엄마,
스태이크" 하고 조르는 천진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하진만 그런 때에 유대인 어머니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얘야, 안식일은 틀림없이 우리에게 온단다. 그러니 그날을
기다려라."
그렇게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을 참고 기다려 맞은 안식일
밥상은 어느 식사 때보다 화려하고 푸짐한 음식들로 가득합니다.
우리도 아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고 할 때 주일까지
기다려 그날 음식을 먹자고 제안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아이가 주일을 특별한 날로 생각하게 되고,
참을성도 길러줄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을 때 그 음식을 먹어야 가장 맛있게
느낄 수 있고, 영양적으로도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은 이유가
우리 몸에서 그 음식에 든 영양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조건 식욕을 억제하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원한다고 해서 먹고 싶어하는 것,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즉각 주어 버릇하면 그 아이는 인내심과 자제력을 기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턱대고 기다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주일에 먹자든지,
아빠나 다른 식구들이 있을 때 다 감이 먹자든지, 오늘은 너무
많이 먹었으니 내일 먹자든지 하는 현명한 이유를 들어 아이가
자신의 충동을 다스리도록 돕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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