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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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열일곱 번째 할 일 / 낯선 사람에게 말 걸어보기

감사^^* 2010. 1. 1. 19:48
열일곱 번째 할 일 / 낯선 사람에게 말 걸어보기


그는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겨울 경치는 전혀 멋지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뭇가지는 앙상했고, 차들은 눈이 녹아
진흙탕이 된 길 위을 달리고 있었다.
버스가 공원 옆을 지나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창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승객들은 두꺼운 옷을 입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몇몇은 가볍게 코를 골며
잠에 취해 있었다.
버스 안은 가끔씩 바스락거리는 신문지
소리가 들릴 뿐 깊은 침묵이 이어졌다.
이것은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불문율이었다.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얼핏 눈길이 마주쳐도 서둘러
자신의 신문 뒤에 숨고 싶어한다.
이것은 서로의 거리를 유지한 채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이다.
버스가 고층 빌딩들 사이 넓은 거리로
진입했을 때, 갑자기 누군가 크게 외쳤다.
"여러분, 주목하세요! 여기 좀 보세요!"
여기저기 신문을 접는 소리가 이어졌다.
사람들이 목을 길게 빼서 내밀었다.
"저는 이 버스의 기사입니다."
차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기사의 뒤통수를 쳐다봤다.
기사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실려 있었다.
"모두들 신문을 내려놓으세요."
사람들이 말 장 듣는 유치원생들처럼
신문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깜빡 잠이 들었던 사람들도 웬일인가 싶어
눈을 비비고 기사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돌리세요. 옆에 앉은 사람과
마주보세요.
자, 어서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버스 안의 사람들이
운전 기사의 명령대로 했다는 점이다.
마치 단체로 마법에 걸린 듯했다.
그는 옆에 앉아 있던, 나이가 지긋한
부인의 얼굴을 마주봤다.
거의 날마다 만나는 부인은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본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기사의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여러분, 이제 저를 따라 말씀하세요."
명령을 내리는 군대 교관의 말투였다.
"안녕하세요!"
승객들은 마주 어색한 표정과 작은
목소리였지만, 기사의 말을 따라했다.
"안녕하세요."
버스에 앉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인사는
오늘의 첫 한마디였다.
그들은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읽는
학생들처럼 일제히 옆에 앉은 낯선
사람에게 이 다섯 글자를 말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자연스레 떠오른 미소였다.
인사를 한 뒤 조용히 한숨을 내쉬는
사람도 있었다.
전에는 부끄러워서 낯선 사람들에게
인사한 적이 없지만 지금은 그 낯가림이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안녕하세요" 하고 말하는 것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몇 번을 다시 말했다.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있었고 통로 너머
사람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어느새 사람들의 낮은 웃음소리가 버스
안에 맴돌았다.
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다시 신문을 펼쳐 드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괴상한 운전 기사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동안 버스를 타고 다니며 겪었던
이야기를 옆 사람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웃음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버스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따뜻한 소리였다.
버스는 그가 내려야 할 정거장에 도착했다.
그는 부인에게 내일 다시 만나자는,
오늘도 잘 지내시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가 버스에서 내리는 사이, 정차한 다른
버스들도 승객들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다른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들은
바위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 그가 버스에서 내리며 짓던
표정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떠나가는 버스에
앉아 있는 승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른 승객들 역시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잘 가세요. 오늘도 힘을 냅시다."
서로를 격려하는 손짓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 운전 기사를 바라봤다.
백미러를 보며 차를 출발시키려는 그
운전 기사는 모를 것이다.
자신이 방금 `아침의 기적' 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패티 위건드


낯선 사람이 매력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 이외의
도움과 기쁨을 줄 수도 있습니다.
마음속에 숨겼던 말들을 때로는 낯선
이에게 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잧선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이 평생 우정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요.
바로 이 말처럼 말입니다.
"세상에 낯선 사람은 없다. 아직 알지
못한 친구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