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 독서란 ▤/살아있는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19) 열아홉번째 할 일 / 단 하루, 동심 즐겨 보기

감사^^* 2010. 1. 1. 19:49
열아홉번째 할 일 / 단 하루, 동심 즐겨 보기



"쯧쯧,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으니
매일 그 모양이지. 일할 자신이 없으면
집에 가서 애나 잘 보든가. 괜히 나서서
부하 직원들 고생만 시키고 있어."
그녀가 뒤돌아서 문을 열고 나설 때,
상사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10분이 넘게 혼이 난 뒤였다.
그녀는 화장실로 달려가 물을 내렸다.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빠져나갔다.
가슴 한켠에 꼭꼭 여며두었던 설움이
복받쳐오르기 시작했다.
물을 내리면서 한참 동안 울었다.
`사표를 던져버릴까'
그러기에는 15년의 세월이 너무 아쉬웠다.
핸드폰으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회의중이었다.
`이 사람은 항상 이렇다니까. 내가
간절히 필요로 할 때는 언제나 없어.'
눈물을 닦고 화장을 고쳤다.
화장실로 들어오던 다른 부서 여직원이
거울 속의 그녀를 보더니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는 `다 알고 있다' 는 표정으로
보였다.
묘멸감을 느꼈다.
그녀의 팀은 최근의 프로젝트에서
연패를 기록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번 일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수습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렸고,
나중에는 문제가 뭔지조차 알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침의 프레젠테이션만 해도 그랬다.
고객사의 중역들이 일제히 참석한
회의에서 그녀는 시종일관 수세에 밀렸다.
그 회사 임원들은 다친 얼룩말에게
달려드는 하이에나 무리처럼 그녀의
마케팅 계획을 물어뜯었다.
고객사 사장이 한참동안 듣고 있다가
한마디 던졌다.
"다 좋은데요, 뭔가가 부족해요.
너무 정형적이라서 대중에게 어필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요. 재미가 없어서…."
그것으로 끝이었다.
두 달 동안 철야근무를 해가며 준비한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팀은 서로를 혹사시켜가며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지만 아이디어
기근에서 빠져나오는 데 실패했다.
머리를 맞댈수록 결과물은 초라해보일
뿐이었다.
이제, 그녀를 수직하던 `철의 여인' 이니
`아이디어 공장' 이니 하는 별명은
휴지통으로 들어간 지 오래였다.
회사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그녀에게
준 마지막 기회라는 소문도 있었다.
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휴가신청을 작성했다.
휴가를 쓰는 것은 수년만의 일이었다.
그녀는 가장 최근에 휴가를 즐긴 것이
도대체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있어 일은, 그녀 자체였다.
"응? 휴가 쓰려고? 그래, 좀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봐."
상사는 그녀의 휴가가 퇴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를 몰고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이게 내 한계일까' 하는
물음만이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한낮에 돌아온 엄마를 보고 아이는 반색했다.
"엄마, 연 만들어 주세요. 할머니는 못
만드신대요. 그래서 엄마 오실 때까지
기다렸어요.빨리요 같이 연 만들어요."
그녀는 만사가 귀찮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밀린 잠이라도 자야
시원할 것 같았다.
"자, 여기 돈 줄 테니까. 하나 사오렴."
"아뇨. 저는 연을 만들고 싶어요. 다른
애들도 연을 만들었는데 파는 것들보다
멋졌어요."
"그럼 나중에 아빠 오시면 같이 해보자.
엄마는 아프거든."
아이가 뾰로통한 모습으로 사라졌다.
한참 후 그녀가 이불 속에서
뒤척거리는데. 아이가 다시 나타났다.
"엄마, 연을 만들었는데 하늘을 날지 못해요.
왜 그런지 봐주세요."
"엄마는 지금 아프니까 아빠랑 만들란 말얏!"
그녀가 짜증을 냈다.
아이는 그 자리에 서서 눈물을
흘릴뿐이었다.
공연히 아이에게 화풀이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화를 내다니. 내가 무슨 자격으로
화를 낸단 말인가.
아이가 만든 연은 평평했다.
적당히 휘어져야 하는데 그것을 모르고
흉내낸 것이었다.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여기를 잘 못
만들었거든. 그래서 뜨지 못하는 거야.
엄마도 옛날에 할아버지랑 연을 만들 때
이런 실수를 했단다."
연이 완성됐다.
아이는 밖에 나가서 같이 연을 날리자고 했다.
옷을 입고 아이를 따라 나섰다.
아이는 모처럼의 동행에 감격한 모양이었다.
아는 아이를 지나칠 때마다 `우리 엄마야.
엄마가 연을 만들어주셨어' 하고 자랑했다.
그녀가 어릴 적 다녔던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지금은 아이가 다니는 곳이었다.
30여 년 만에 찾은 학교는 그녀가 다녔던
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운동장이 왜 이렇게 작지?
그때는 굉장히 넓어서 전교생이
체육대회를 했는데.'
그녀는 이내 운동장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훌쩍 커버린 것을 깨달았다.
어릴 때보다 높은 시선에서 운동장을
바라보게 됐다는 것을 실감했다.
"엄마, 연을 잡고 따라 오다가 놔주시면
돼요. 알았죠?"
아이를 따라 달려가다가 연을 놓아 주었다.
연이 바람을 타고 높이 솟아올랐다.
아이가 탄성을 질렀다.
"와, 우리 연이 날아요. 와~"
그녀도 탄성을 질렀다.
연은 4층짜리 학교 옥상보다 높게 올라갔다.
그녀는 오후 내내 아이와 놀아주었다.
술래잡기를 하고 흙장난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와 군것질을 했다.
그녀가 아이에게 물었다.
"연 만들고 날리니까 좋았어?"
"그럼요. 오늘은 참 신났어요."
"뭐가 그렇게 좋았지?"
"재미있잖아요. 재미있는 게 최고죠.
엄마도 재미있었죠?"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뭔가가 갑자기 마음속에 들어와 폐부를
건드리는 느낌이었다.
`재미라니!'
나는 지금 얼마나 재미있게 살고 있는 것일까?
하루하루 일과에 쫓겨 구태의연한
스타일만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부하 직원들을 닦달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일까?
회사에서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늘 인상을 쓰고 있었고, 직원들은
항상 피곤에 찌들어 있었다.
`재미라….'
회사 일에 언제나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녀와
팀원들에게는 활력이 넘쳤다.
서로 짓궂은 농담을 던지기 일쑤였고,
오가는 농담 속에서 장시간 회의를 하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그녀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프로젝트에 실패하기 시작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그녀가 실적에 쫓겨 여유를
잃었을 때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회의에서 농담이 사라졌고, 불신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기 일쑤였고,
서로가 눈치 보기에 급급해졌다.
책임은 부서장인 그녀에게 있었다.
더 많은 성과를 내려는 욕심이 조직으로부터
`일 하는 재미' 를 빼앗갔던 것이다.
그날 밤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뜬 눈으로 뒤척이며 하얗게 밤을 세웠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전화기를 들었다.
상사가 전화를 받았다.
"전데요. 오후에 출근하겠습니다.
지난 일이야 지난 일이고, 앞으로의 일이
더 중요하잖아요."
그녀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피로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이와 보낸 반나절 동안 그녀는 소중한
무엇인가를 확인했다.
그것은 한동안 그녀가 잃어버린 것이었다.


단 하루만라도 좋습니다.
동심으로 돌아가보세요.
잃었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재미를 찾을 줄 안다' 는 것입니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재미에 있거든요.
당신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던 `아이' 를
끌어내보세요
.